올해는 늦지않게 회고를 해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마스크가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프로젝트의 변화도 있었고, 올해는 여러모로 다양한 변화들이 있었던 한해였네요.
Work
2019년 회고에서 회고를 늦게 작성하면서.. 20년 상반기에 대한 내용들도 좀 포함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에 대해서는 하반기를 위주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AiMD 프로젝트
이번에 새롭게 AiMD 라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서, 일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MD 란 아래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상품 기획’을 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 MD가 하는 일들을 자동화하는 것 입니다.
프로젝트를 맡은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마침 기획되고 있는 서비스가 있어서 빠르게 서비스까지 나가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와 같이 MR. 트랜드 매거진 서비스에 연관 상품 추천으로 주어진 상품의 트랜드 매거진에 맞춰서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입니다.
이번에 그 동안은 해보지 못했던 추천 그리고 E-Commerce 라는 도메인을 처음 접하게 되면서 느꼈던 점은, 여기는 ‘특히 엔지니어링이 중요한 파트구나’ 였습니다. 기존에 NLP 라는 분야에서는 대부분의 입력값이 텍스트이기 때문에 이 텍스트에만 집중하면 되었지만, 추천에서는 입력이 굉장히 다양해집니다. 정리된 데이터셋이 아닌 로깅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행동 데이터 (클릭, 구매 등) 그리고 텍스트 뿐만 아니라 이미지까지 일반적으로 고려가 됩니다. 또한 로그를 다루기 때문에, DB에도 익숙해야 합니다.
범위가 넓은 만큼,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요즘에 모델은 Transformer 로 통일되어 가고 있고, 수 많은 라이브러리와 관련 코드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델 보다는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델에 데이터를 어떻게 밀어넣어서 무엇을 배우게 할 것인지, 또한 가설을 기반으로 빠르게 실험을 돌리는 등이 필요한 능력들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배워야할 것도 많고 아직은 부족한 점들이 매우 많지만요..!
여기에 하나 더 해서 ‘상품의 수’가 문제를 굉장히 어렵게 만듭니다. 기본 만단위에서 억단위 혹은 조단위까지 대용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 기본이기 때문이죠. E-Commerce를 하는 회사의 개발팀들을 보면, 데이터 플랫폼 팀들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원격근무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기간을 재택근무를 하게 된 해이기도 합니다. 재택근무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상황에 의하여, 연습 없이 진행을 하다보니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초반에는 회사로 출근하는 시간도 없어지고, 집이라는 공간이 휴식과 일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다보니, 일하는 시간에 대한 조절이 어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식사시간까지 완전히 개인적으로 조절하게 되어서 더 그런 것 같네요. 자연스럽게 의지에 따라서 일을 한 번에 이어서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저녁 늦게까지도 쭉 집중하면서 일을 한 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생활이 초반에는 지속되면서 늦게까지 일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싸이클이 생겼던 것이죠. 그 당시에는 집중해서 효율이 좋다고 생각하였는데, 시간이 지나서 다시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늦은 시간에 작업한 것들은 보통 다음날 다시 작업을 하거나 버그가 있던 적이 간혹 있었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잠이 부족해서 그 날 하루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재택근무가 장기화 되면서 일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니까, 회사로 출퇴근하던 때보다 더 규칙적으로 생활을 하게 되었네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그저 느낌일 수는 있지만, 전보다 일하는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정성적인 느낌이 강하고, 실제 결과물로 비교하는 것은 아니라서 부정확한 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번 기회에 정해진 시간 안에 퀄리티 있게 일을 마치는 훈련을 해보려고 합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달리는 마라톤에 가깝습니다.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입니다. 언택트시대가 끝나서 다시 출퇴근을 하게 된다고 해도 이런 규칙적인 리듬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도 원격근무로 인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커뮤니케이션’ 입니다. 소통방식이 실시간 싱크에서 단발성으로 바뀌기도 하고, 미팅을 할 때는 회의실에 모였을 때 기본적으로 제공되던 비언어적인 부분들도 화상회의의 화면을 키지 않는 경우에는 확인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은 미팅 후에 서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들이 생기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소통방식이 바뀌면서, 많은 부분들이 이슈로 관리되는 등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소리가 아닌 글자로 진행되게 됩니다. 글만으로 필요한 정보만 명료하게 담으면서, 오해 없이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을 이번에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소통과는 별개로, 잡담에 대해서도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어쩌다 일이 생겨서 회사에 한번씩 나가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 동료분들과 커피타임 하면서 ‘아.. 이 시간들이 참 소중한 시간이였구나’ 를 새삼 느끼곤 했습니다. 원격근무에서는 일을 하다가 따로 수다타임을 가지기에는 역치가 너무나도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죠. 그런 만큼 Slack의 잡담을 위해 만들어진 #random 채널과 같은, 단순히 ‘놀기 위한’ 소통의 중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행태만 보아도 그 팀의 결속력이 보이고, 이 결속력은 그 팀이 만들어낼 결과물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기 떄문입니다.
패턴은 금세 드러났다.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고수준 소통가 집단’ 이 독점했다. 그들의 케미와 화합은 래리 페이지와 제프 딘이 보여준 상호작용과 유사했다. … 적장 구성원들의 화합을 좌우한 요인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구성원들의 책상 간격이었다. … “가까운 거리에서 시선을 맞추고 서로의 흔적을 공유하는 단순한 행위들이 생각 이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일하는 도중에 다른 사람의 물건이나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존재감을 떠올리게 되며, 이는 엄청난 효과를 불러옵니다.”
- 책상 간격과 성과의 상관관계 중에서,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Quantified Self
Task
처음 Work 파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하반기에는 새롭게 AiMD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시 연구/개발에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10월에는 MR. 서비스 릴리즈 한다고 야근하던 때가 보이기도 하네요. 대부분의 일을 개발에 쓰기는 해도 관리/미팅이 항상 반정도는 포함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델링에 대한 업무도 해야하고, 관리측면에서도 신경을 계속 써야했기 때문에..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가 작을 때는 어느정도 가능한 일이나, 사람이 늘어나고 규모가 커지면 또 다시 일의 양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주어진 일이 많은 것과는 별개로 한번에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결과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올해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미뤄왔던 좋은 습관 만들기에 조금 더 집중했던 해이기도 합니다.
20년 8월부터는 Blog도 조금씩 시간을 차지하면서, 습관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고 책을 보는 시간들(Book)과 명상을 해주면서 Review에서도 시간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서 다시 출퇴근을 하게 되더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습관들을 만들어가고 유지해가고 싶네요!
Book
요즘은 회사에서 월 15 만원의 컨텐츠용 복지를 지원해주고 있어서, 대부분 책을 구매하는데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책을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훨씬 상회하고 있네요. 미리 사놓은 책들이 20권은 넘게 쌓여있는 상황입니다.. 꾸준히 계속 읽어나가야겠습니다.
올해에는 총 23권의 책들을 읽었고, 매니징과 팀에 관한 책들도 많이 있고 시간을 역행해서 듣고 있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책들이 다수 있기도 합니다. 책을 읽어나간 시간들을 보면, 책이 가지는 페이지 수라던가, 내용의 어려움이 보이기도 합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은 페이지도 많고 내용이 어렵던 케이스이기는 합니다. 이제는 고전이 된 많은 논문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어렵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의 책’을 꼽으라고 하면, 애드 캣멀의 ≪창의성을 지휘하라≫를 뽑을 것입니다. 픽사라는 회사가 가지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창의성을 더 극대화하기 위한 수 많은 질문들과 실제 경험들이 정말 깊게 녹아들어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상황들은 전부 각각 다르고 새롭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상황이 가지는 근본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는 조직이 겪는 문제 현상보다는 근본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볼 수가 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픽사라는 회사가 가지게 되는 아이덴티티를 이해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 지속가능한 문화를 이어가기 위한 프로세스들이 인상깊었습니다.
궁극적으로 ≪토이 스토리2≫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픽사에 남겼다. 우리는 언제나 변화하는 역학관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픽사의 미래는 이에 달려 있다. 당초 비디오 대여용 애니메이션으로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픽사 직원들이 B급 작품에 안주하는 것을 용인하지 못한다는 점뿐 아니라 픽사가 제작하는 모든 작품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 이 프로젝트는 모든 직원이 픽사의 최대 자산(작품의 품질)에 기여하는 주인이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 Chapter 4 픽사의 정체성 구축 중에서
이 책에서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픽사라는 회사를 기반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제품을 만드는 모든 회사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 같네요. 이 책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글을 작성해보고 싶습니다.
Blog
블로그를 제대로 작성하자고 마음 먹은 것은 조금 더 내 생각들이 많이 담긴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재미있게 들었던 지대넓얕이라는 팟캐스트의 마지막화에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제대로 찾지 못해서 인터뷰의 말로 대체합니다.)
사실 ‘잔을 채운다’는 이야기는 니체의 말이에요. 니체가 잔이 가득 찼으면 그걸 몰락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거든요. 세상으로 나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잔을 비우는 거죠. 그리고 자기 내면 안에서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걸 ‘잔이 채워지는 시간’이라고 하는데 말씀하신 대로 책이나 영화, 연극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본질은 ‘고독한 시간’이에요.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요. – 채사장
그 동안 회사에서 일을 하고 스스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도 하고, 여러가지 공부들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이 ‘잔’ 이라는 것이 채워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하게 내용을 정리보다는 해당 주제를 기반으로 저 스스로의 생각들을 많이 담겨 있는 글들을 작성하기 위해서 노력해보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총 6개의 글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블로깅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하면서, 작성하는 포스트의 성격을 명확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스스로 관심을 가지는 내용들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은 내용들을 적는 것’ 이였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Quantified Self’ 시리즈, 가장 최근에는 ‘Code Reading’ 시리즈의 글을 작성하게 되었네요.
확실히 이렇게 글을 작성해보니까, 스스로 공부가 많이 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가장 시간을 많이 쓴 포스트의 경우는 ‘Quantified Self Part 6 – 생산적인 하루에 대한 정량적인 표현과 4년간의 데이터 이야기’ 입니다. 약 15시간이 걸렸습니다..! 글을 작성하면서 새롭게 데이터 분석 뱡항이 생각나서, 새로 시각화를 그려보기도 하면서 어떤 시각화 도표가 더 이해하기가 쉬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작성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게 고민을 하면서 작성했지만, 복잡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고 가장 어려웠던 데이터 분석 부분은 지금도 어렵다고 생각이 되네요. 하지만 이렇게 글로 작성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정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논리를 가지고 흐름을 정돈하는 과정을 수반합니다.
아래는 방문자 수 별로 정리한 올해 작성한 글들입니다.
- Quantified Self Part 6 – 생산적인 하루에 대한 정량적인 표현과 4년간의 데이터 이야기
- 클린 아키텍처: 아름다운 코드에서 아키텍처까지
- 아주 늦은 2019년 회고
- Product Manager를 위한 교과서, 인스파이어드
- Quantified Self Part 5 – 데이터 시각화와 대쉬보드 with KPI
- CodeReading – 1. PyTorch
위 글들 중에서 유일하게 홍보를 했던 글이자, 작성에 가장 시간을 많이 쓴 ‘Quantified Self Part 6 – 생산적인 하루에 대한 정량적인 표현과 4년간의 데이터 이야기’ 가 역시 가장 페이지뷰가 높았습니다. 제가 스스로 페이스북의 생활코딩에 글을 공유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유입된 경우입니다. 그 다음이 ‘클린 아키텍처: 아름다운 코드에서 아키텍처까지’ 입니다. 아무래도 널리 알려진 책을 리뷰하는 것이라서, 따로 홍보 없이 사람들이 유입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생소한 주제에 대해서는 ‘유입’ 자체가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하네요. 우선은 중요한 것이 꾸준하게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능력을 키우면서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읽히는 블로그 자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구글 애널리틱스로 지표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글을 쓰고 홍보를 해야 CTR, CVR을 올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직업병이 아닌가 싶습니다..)
끝으로
올해는 모두가 똑같이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상실과 어려움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랬기 때문에.. 그래도 이 시간들을 통해서 조금 더 나 자신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21년에는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일들을 많이 하고 싶고, 발표들도 해보고 싶네요!